핵심 요약
- 호치민시 교육훈련국이 고품질 학교 모델의 평가 기준과 교육 서비스 운영 조건을 담은 초안을 마련하고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 초안은 중학생의 영어 능력을 CEFR B1, 고등학생은 B2 수준으로 설정했다.
- 중·고등학교 교원 전원이 영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어야 하며, 최소 30%는 B2 수준에 도달하도록 제안했다.
- 교원의 석·박사 학위 비율, 학급당 학생 수, 국제 영어 자격증, 디지털 역량 등도 주요 평가 기준에 포함됐다.
- 현재는 확정된 시행 규정이 아니라 고품질 학교 모델을 위한 제안 단계다. 실제 성과는 교원 확보와 교육비 부담, 학교별 교육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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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시, 학교 영어교육 기준 높인다…고교생 B2 목표
베트남 호치민시가 공립학교의 교육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영어 능력과 교원 자격, 학습 환경에 대한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핵심은 학생들이 영어를 시험 과목으로만 공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의사소통과 교과 학습에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다.
호치민시 교육훈련국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적용할 고품질 학교의 평가 기준과 교육 서비스 운영 조건을 담은 초안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해당 초안은 시 인민위원회에 제출하기 위한 것으로, 아직 최종 확정된 정책은 아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학생들의 영어 능력 목표다. 중학생은 유럽언어공통기준(CEFR) B1, 고등학생은 B2 수준을 갖추도록 제안했다. 베트남의 많은 대학에서 졸업 요건으로 B1 수준을 적용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고품질 고등학교 학생에게는 대학 졸업 단계보다 높은 영어 능력을 요구하는 셈이다.
다만 이번 기준은 모든 일반 공립학교에 일괄 적용되는 의무 규정이 아니다. 우수한 교원과 교육 환경, 학업 성과를 갖춘 고품질 학교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마련된 기준이라는 점을 구분해야 한다.
중학생 B1·고등학생 B2…영어를 활용하는 능력까지 평가
CEFR은 학습자의 외국어 능력을 A1부터 C2까지 여섯 단계로 구분하는 기준이다. A1과 A2는 기초적인 의사소통 단계이며, B1은 일상적인 상황에서 주요 내용을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다. B2는 비교적 복잡한 주제에 관해 의견을 설명하고 독립적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단계다.
호치민시가 제안한 목표는 중학교 과정에서 B1, 고등학교 과정에서 B2에 도달하도록 하는 것이다. 영어 문법과 어휘를 익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제 상황에서 정보를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능력까지 갖추도록 하겠다는 방향이다.
특히 고등학생에게 B2를 요구하는 것은 대학 진학과 이후 학업을 고려할 때 의미가 있다. 영어 자료를 읽고 내용을 요약하거나, 특정 주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설명하는 능력은 대학 수업과 해외 유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목표 수준을 설정하는 것과 실제 학생들이 그 수준에 도달하도록 만드는 것은 별개의 과제다. 학교에서 영어를 얼마나 자주 사용하게 하는지, 말하기와 쓰기 평가를 어떻게 운영하는지, 학생별 학습 격차를 어떻게 보완하는지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시험 점수만으로 영어교육의 성과를 평가하면 독해와 문법은 향상되더라도 실제 대화나 발표 능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 B1·B2 목표가 실질적인 교육 성과로 이어지려면 수업 방식과 평가 체계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
교사 100% 영어 의사소통 가능해야…고학력 교원 비율도 확대
이번 초안은 학생뿐 아니라 교원의 영어 능력에도 높은 기준을 제시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는 모든 교원이 영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어야 하며, 이 가운데 최소 30%는 베트남의 6단계 외국어 능력 체계에서 4단계 이상, 즉 CEFR B2에 해당하는 수준을 갖추도록 제안했다.
교원의 학력 기준도 강화된다. 중학교 교원의 최소 85%, 고등학교 교원의 최소 60%가 석사 또는 박사 학위를 보유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일반적인 교원 자격이 학사 학위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과 비교하면, 고품질 학교에서는 고학력 교원을 더 많이 확보하도록 유도하는 구조다.
초등학교 역시 영어교육 기준이 높아진다. 교원 전원이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고, 최소 30%는 영어로 수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통합교육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교사는 B2 영어 자격을, 영어로 교과목을 가르치는 교사는 C1 이상의 자격을 갖추도록 했다.
이 기준이 실제로 시행된다면 학교는 영어를 가르치는 교사뿐 아니라 다른 과목을 담당하는 교원의 언어 역량까지 관리해야 한다. 수학이나 과학 등 영어 이외의 과목에서도 영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교원이 늘어나면 학생들이 교실에서 영어를 접할 기회는 확대될 수 있다.
다만 영어로 대화할 수 있는 능력과 영어로 교과 내용을 정확하게 가르치는 능력은 같지 않다. 교과 지식을 영어로 설명하고, 학생의 질문에 대응하며, 학습 내용을 평가하려면 언어 능력과 교수 역량이 모두 필요하다.
따라서 자격 기준을 높이는 동시에 교원 연수와 수업 자료 개발, 실제 수업 적용을 지원해야 한다. 기준만 강화하고 준비할 시간과 지원을 충분히 제공하지 않으면 학교의 부담이 커지고 교원 확보에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학급당 30명·국제 자격증 목표…교육 환경도 달라진다
영어교육뿐 아니라 학교의 전반적인 학습 환경도 평가 대상에 포함됐다.
초등학교는 학급당 학생 수를 35명으로 제한하고 음악·미술·외국어·정보기술 수업을 위한 별도 교실을 마련하도록 제안했다. 학생의 최소 80%가 안전한 수영 교육을 받고, 최소 60%가 영어와 컴퓨터 분야의 국제 기준을 충족하거나 국제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하는 목표도 담겼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학급당 학생 수를 30명으로 제한하고 하루 두 차례 수업을 운영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모든 학생에게 안전한 수영과 익사 예방 교육을 제공하며, 학생의 절반이 국제 영어 자격증을 보유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진학 성과 역시 평가 기준에 들어간다. 초안은 중학교 졸업생 전원이 공립 고등학교 또는 국제교육 요소를 갖춘 학교에 진학하고, 고등학교 졸업생 전원이 베트남 내 대학·전문대학에 진학하거나 해외 유학을 하도록 제안했다.
이러한 기준은 단순히 영어 수업의 질만 높이겠다는 계획이 아니라, 교원 수준과 교육시설, 학생의 학업 성과를 함께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진학 결과를 학교 평가의 주요 기준으로 삼을 경우 학생의 출발점과 가정환경 등 학교가 통제하기 어려운 요인을 어떻게 고려할지도 중요하다. 모든 학생의 진학률을 목표로 제시하더라도 진학의 질과 학생의 선택, 장기적인 학업 성취까지 함께 살펴야 교육의 실질적인 수준을 평가할 수 있다.
고품질 학교 확대의 관건은 교원 확보와 교육비 부담
호치민시는 기존에도 일반 공립학교 외에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80개가 넘는 학교에서 선진·지역 및 국제통합 교육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학교들의 교육비는 학생 1인당 월 170만 동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초안은 이러한 기존 교육모델을 포함해 고품질 학교의 기준을 구체화하려는 움직임이다. 학부모들이 외국어와 디지털 역량, 인공지능(AI), STEM 교육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상황에서 학교별 교육 수준을 체계적으로 평가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기준이 높아질수록 이를 충족하기 위한 비용도 늘어날 수 있다. 석·박사 학위를 보유한 교원을 확보하고, 영어 연수를 제공하며, 별도 교실과 교육 장비를 갖추려면 인력과 시설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학교 간 격차가 커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교원 확보가 상대적으로 쉽고 시설 투자를 감당할 수 있는 학교는 새로운 기준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지만,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학교는 같은 수준의 교육 환경을 구축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고품질 학교 모델이 일부 학교의 성과를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교육 전반의 수준 향상으로 이어지려면, 기준을 충족하는 학교를 선정하는 것만큼 교원 연수와 교육 자원 배분을 어떻게 설계할지도 중요하다.
또한 교육 서비스의 확대가 학부모의 추가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비용 구조와 제공 서비스의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학교의 명칭이나 평가 등급보다 실제 수업의 질과 학생의 성장에 교육비가 얼마나 연결되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영어교육 강화, 목표보다 중요한 것은 실행 방식이다
호치민시의 이번 초안은 영어교육을 시험 성적 중심에서 실제 활용 능력 중심으로 확대하려는 방향을 보여준다. 중학생 B1, 고등학생 B2라는 목표와 교원의 영어 의사소통 기준은 학교 교육이 지향하는 수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는 의미가 있다.
다만 정책의 성패는 기준 자체보다 실행 방식에 달려 있다. 학생에게 B2 수준을 요구하려면 그에 맞는 수업 시간과 학습 자료, 말하기·쓰기 기회가 필요하다. 교원에게 영어 역량을 요구하려면 연수와 평가, 수업 적용을 지원하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교육시설과 교원 수준을 높이는 데 필요한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도 중요한 문제다. 교육 수준을 높이는 과정에서 가정의 경제적 여건에 따라 학생이 받을 수 있는 교육의 질이 크게 달라진다면, 고품질 학교 확대가 교육 격차를 줄이기보다 심화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이번 계획은 아직 의견 수렴 단계의 초안이다. 최종 기준과 시행 일정, 적용 대상 학교, 교육 서비스 운영 방식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모든 공립학교가 동일한 영어교육 기준을 적용받는다고 볼 수 없다.
호치민시가 이번 구상을 통해 실제 영어 활용 능력을 높이고 학교 간 교육 격차까지 줄일 수 있을지는 향후 제도 설계와 지원 방식에 달려 있다. B1과 B2라는 목표를 제시하는 것에서 나아가 학생이 교실에서 영어를 실제로 사용하고, 교사가 그 과정을 안정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